레미콘 뉴스

레미콘 공판제 확산 조짐…건설업계 촉각

골재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믹서트럭 운전자 8ㆍ5제 도입

대선주자 中企 보호공약 등 영향

청주시 일부 레미콘사 단행

 

골재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믹서트럭의 8ㆍ5제, 출혈경쟁 여파로 레미콘 공동판매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청주시의 일부 레미콘사들이 중소건설사에 대한 레미콘 공판제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가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건설현장의 레미콘을 해당지역 업체들이 단체로 위임받아 배분, 공급하는 공판제는 레미콘공장이 넓은 지역에 흩어졌고 공장당 믹서트럭도 적은 강원 일부지역에서 음성적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청주처럼 레미콘공장과 믹서트럭이 밀집된 시 지역에 도입된 사례는 처음이란 게 건자회의 설명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2∼3군 이하 중소건설사나 단종업체들에 대한 레미콘 공판제 요구 사례가 접수됐다. 1군 건설사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 탓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구매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단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기에 수용할 수 없고, 담합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소레미콘 업계의 숙원인 공판제는 납품단가 인하와 같은 ‘갑질’과 동종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대정부 건의 때마다 주장한 단골메뉴다. 2015년 중소레미콘 업계의 수장격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회장 경선 때도 강원레미콘조합의 최재경 이사장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낙선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역업체들로선 공동출자한 법인 등에 구매와 판매를 일임하면 시멘트사나 건설사들의 가격 관련 횡포를 줄이고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물류비까지 근거리 공장 위주로 조정해 절감할 수 있다. 국민들이 중시하는 품질 확보에도 유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8ㆍ5제도 공판제 도입여론에 한몫했다. 레미콘을 공급할 시간이 오후 4시까지로 제한되면서 가능하면 많은 레미콘사, 특히 근거리 공장의 분담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청주시만 해도 같은 충북권의 충주, 진천, 제천, 음성 등 주요 도시들에 이어 오는 3월부터 8ㆍ5제 도입이 예정됐다. 남해 모래채취 지연 등에 따른 원재료가 급등세와 조기대선을 앞둔 유력 대선주자들의 중기 보호공약까지 맞물리면서 공판제 도입 여론은 호남권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청주시 등 충북권을 관할하는 충북레미콘조합의 관계자는 “8ㆍ5제로 인해 지역레미콘사들로선 팔아야 할 물량을 팔지 못하면서 운반비, 그리고 골재 등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도 현장 레미콘을 제때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관급현장을 중심으로 현장당 레미콘공급사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내 공판제 도입 논의나 움직임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 일대 레미콘사들도 지역언론과 공조해 공판제 도입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공판제가 청주의 민간 건설현장에 도입된 것은 외외란 게 업계 반응이다. 공판제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령상 제약 탓에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소레미콘업계가 2010년 공정위에 중기조합의 공동행위 허용을 요청한 적이 있지만 공동 연구개발에 한해 인정받았을 뿐, 공동판매와 공동구매도 금지한다는 해석을 얻은 바 있다.

중견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모래가격 급등, 8ㆍ5제 손실부담, 건설업계와의 단가조정 애로 등으로 인한 공판제의 도입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의 물량독점 등 폐해 탓에 동의하긴 어렵다”라며 “무엇보다 공정거래법령상 명백한 불법행위란 게 공정위의 일관된 해석이다. 특정품목 단가를 중소기업이 좌지우지할 제도를 국민들이 수용할 가능성도 적고, 새 정부가 법제화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