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표준규격 제정을 둘러싸고 업계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3성분계시멘트'라는 규격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자 중소 레미콘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인 일부 시멘트사의 무리한 영업전략에 따라 규격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중소 레미콘업계의 주장이다. 이와달리 시멘트업계는 정부와 사전 교감이 없었던 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원가절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어서 업계 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이 3성분계시멘트에 대한 규격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다. 3성분계는 시멘트와 고로슬래그(선철 제조 과정에서의 부산물), 플라이애쉬(석탄재) 등 3개의 재료가 혼합된 것을 뜻한다.
레미콘(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섞어 만들어지는데, 레미콘업체들은 값이 비싼 시멘트 대신 헐값인 고로슬래그와 플라이애쉬를 더 많이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S레미콘규격(F4009) 기준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시멘트 대용 재료를 활용한다.
그런데 3성분계시멘트 규격이 제정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산업표준에 적합하다고 국가가 인증한 3성분계시멘트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중소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업체의 생산영역은 줄어들고 대기업인 시멘트 제조업체의 3성분계시멘트 생산은 확대될 것"이라며 "이런 방향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 정책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KS레미콘규격으로도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품질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데, 별도의 규격을 제정하면 불필요한 신규투자비가 소요된다고도 강조했다.
중소 레미콘업계는 지난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함께하는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일부 산자위원들은 "시멘트업계가 아직도 갑의 관계에 있냐, 갑질을 하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불똥이 시멘트업계로 튄 셈이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의 무리한 영업전략의 결과가 3성분계시멘트 규격 제정이라는 레미콘업계의 주장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중소 레미콘업계가 기표원을 직접 비판하지 못하고 우리 업계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 레미콘업계가 표준 규격화된 3성분계시멘트를 사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원가차원에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3성분계시멘트의 제품화는 커녕 아무 것도 의논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 레미콘업계는 지난 3일 기표원에 '3성분계시멘트 한국산업 표준 제정 반대 결의문'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