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골재(모래 등) 채취 중단으로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지역 모래 공급이 급감하면서 건설 공사가 중단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모래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모래값은 2월 들어 최대 2배까지 급등했다. 건설업계는 남해 EEZ 골재 채취 즉각 허가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키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6일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남해 EEZ 모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동남권 레미콘 공장들이 2월부터 레미콘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동남권 130여 개 레미콘 공장 중 54%인 70여 개 공장이 모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동남권 공공·민간 건설현장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다른 공종으로 대체 진행하거나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모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3월쯤에는 부산신항 등 대형 국책 사업도 공사가 중단되는 등 최악의 사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남해 EEZ 골재채취 중단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며 골재채취선 근로자가 무기한 휴업상태에 놓이고, 레미콘 공장 근로자와 레미콘 기사, 건설현장 일용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미콘 공급부족 → 아파트 등 건축물 공사 중단 → 입주 지연 → 건설업체 추가 비용 발생으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남권 지역에 모래를 60% 이상 공급하는 남해 EEZ 골재 채취 허가 기간이 지난달 중순 종료되면서 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남해 EEZ 골재채취 중단으로 동남권 모래 수요는 서해 EEZ(전북 군산 해상 90㎞) 생산 모래가 공급되고 있으나 물류 비 등으로 가격은 ㎥당 2만5000∼3만2000원(기존 ㎥당 1만3000원∼1만8000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남해 EEZ의 골재채취 허가를 우선 승인한 후 어민 피해조사와 보상대책, 대체 골재원 등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정부, 국회 등에 제출키로 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